더 쓸모가 있어지려면

내가 어떨 때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결론이 별거 없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이나 이야기를 해줬는데, 잘 되었을 때 좋다. 특히 그 사람이 본인이 원하는 바를 잘 이루거나, 능력을 잘 발휘하게 되면 최고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내 경험, 지식, 사고방식 안에 기반하고 있다. 한때는 이를 뛰어넘어서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드디어 깨달았다. 그게 바로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자기 분야를 벗어난 분야에 아는 척을 하는 전문가라는 것을.

그러면 결국은 내 경험, 지식을 넓히거나 좁고 깊게 파고들거나, 혹은 입체적인 생각을 해야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 그걸 어떻게 얻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싶다.

어느 토요일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니 9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한 번도 안 깨고 쭉 잔 건 아니지만, 침대를 빠져나오기 싫었다. 그래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 시간이었다.

토요일을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건 사실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럴수록 소중한 주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리나케 아침을 먹고 일정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친구와 점심을 먹고 할머니 뵈러 다녀왔다. 오는 길에 동생 생일 케이크도 사 오다 보니 벌써 저녁 시간. 저녁을 배불리 먹고 다림질을 하고, 좀 쉬다 동생 생일 케이크를 자르니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갔다.

냉장고에 엑설런트가

어제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생각했다.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던 오늘, 아침에 냉장고를 열다가 세상에 엑설런트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며칠 전 사다 놓으셨던 것. 금색, 파란색 포장지가 그대로다. 아침 먹고 금색을 뜯어 먹어보니 옛 맛 그대로.

사실 맛은 조안나나 투게더와 큰 차이가 없다. 포장지를 예쁘게 만든 상술이다. 하지만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먹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엑설런트와 티코

그 시절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늘 냉장고에 있었다. 엑설런트 아이스크림과 티코 아이스크림이. 분명 동네 마트에서 파는 제품인데 이상하게 할머니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라거 생각했다.

엑설런트는 파란색 포장과 황금색 포장 두 개가 있었는데 맛이 달랐던 것 같다. 둘 중에 파란색을 더 좋아했던가. 그거를 먹으며 안방에서 사촌동생들과 쿠션으로 축구하고, 따조를 치며 놀았다.

엑설런트와 티코 이야기를 하니까 할머니 표정이 밝아진다. 분명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시기일 텐데, 그때가 참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 표정이 밝아지니 나도 기분이 좋다.

조만간 그 아이스크림들 사서 먹어야겠다.

동생 생일 식사

동생 생일을 맞아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다. 2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비도 오고 날씨도 더우니 부모님과 차를 타고 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맛이나 분위기가 괜찮았다. 배불리 먹으며 늦둥이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동생이 바라는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밥 먹고 식당을 나오니 빗줄기가 더 거세지고, 굉장히 깜깜했다. 그 거리를 운전대를 잡고 온 가족을 태우며 운전하자니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정말로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

후배의 연애 상담

몇 주 전부터 여자 후배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겼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가 주요 주제이다. 아무래도 남자의 관점에서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웃겼다. 청산유수처럼 남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정작 내 연애는 없는 상태이니 말이다.

올해가 19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한주에 한 명씩 소개받아서 만나더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올해 안에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인가!

한의원을 이번에는 믿사옵니다

몇 년 만에 한의원을 다녀왔다. 몇 달 전부터 말썽인 사마귀가 사라질 기미를 안 보여서다. 초반에는 피부과 약 먹고 괜찮아졌었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여러 영양제도 먹고 했지만, 소용이 없더라.

한의원을 이제서야 간 이유는 평소에 한의학 자체를 믿지 않아서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적어도 2개월은 약을 먹어야 한다는데 크게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다른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걸. 내 불신을 보란 듯이 깨뜨려주면 좋겠다.

일요일 단상

어제 읽기 시작한 책을 마저 읽으며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꽤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세세하게 들쳐보았다.

몇 가지는 확실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게 불확실하다. 나를 뛰게 만드는 것, 그리고 나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어떻게 조합할지 말이다.

이게 쉬웠다면 누구나 다 하고 있을 거다. 이런 주제에 시간을 꽤 많이 써왔는데 나만 어려운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명료해지겠지.

뱃 속과 마음이 따뜻한 토요일

어젯밤 마지막 캔 맥주가 불량품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음날 오전, 동네 이마트로 향했다. 아는 형이 생일 선물로 준 이마트 상품권으로 맥주를 사기 위해서다.

맥주만으로 5만 원을 채우기는 무리가 있으니, 가족이랑 먹을 스테이크 고기도 샀다. 그렇게 사온 고기를 저녁에 배불리 먹고, 형에게 인증샷을 보낸다. 덕분에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형이 잘 먹었다니 다행이고, 이렇게 연락 줘서 고맙다며 답장을 보냈다. 마음이 좀 따뜻해진다. 역시 내 주변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아직 많다.

20번 남은 주말

주말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치열하게 월 화 수 목 금 보내고 나면 어느덧 토요일이다. 그러면 모두가 외친다, 금요일이다!

오늘 등골이 오싹해졌다. 주말을 20번만 보내면 올해가 끝나고 나는 한 살 더 먹기 때문이다. 20번밖에 안 남았다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될 때면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진다. 시간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 20번 남은 주말을 잘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