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한다

전반적으로 착 가라앉은 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에너지 레벨도 낮아지고, 표정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일상의 리듬을 한 번쯤 끊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휴가를 내더라도 갈 곳이 없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은데 하루를 못 버틴다. 다시 되돌이표처럼 돌아오는 침전.

7월이 지나간다

벌써 7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참 잘 간다. 날짜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7개월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따지고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남은 5개월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천사와 악마

어제의 천사는 오늘의 악마가 될 수 있는 법. 부모님이 그런 상황을 겪으시고는 열받아 하신다.

성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씀하시는데 듣고 보니 덩달아 짜증이 올라온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악마의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참 기분이 좀 그렇다.

중고책 매너

예스24나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많이 사는 편이다. 웬만한 책은 사고서 한번 읽고 팔아버리기에 꼭 새 책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고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짜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책에 메모나 필기를 해놓은 책을 만날 때다. 그런 책을 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그런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검수를 제대로 안 하고 그런 책을 매입한 중고서점을 원망하다가, 이건 분명 원래 주인 탓이 더 크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제발 한 톨의 양심은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책 제목

중단편 소설책의 제목은 수록작 중 대표작의 이름으로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사실 잘 이해되지 않는다. 여러 소설을 모아서 전체를 관통하는 책 제목을 짓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예를 들어 가수가 앨범을 내면 앨범 제목은 타이틀곡 제목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책을 구매했는데 중단편집인 걸 알고 당황해서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물론 대표작이 제목인 경우 좋은 점도 있다. 여러 작품을 읽다가 대표작의 순서가 되면 좀 더 기대하고 각 잡고 읽게 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SF 소설집인데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펼쳐나가는지 참 신기하다. 아직 대표작 순서는 오지도 않았는데, 많이 기다려진다.

점심 건강 식단

평일 점심은 대부분 닭 가슴살과 그릭 요구르트를 먹는다. 밀가루를 비롯한 탄수화물을 너무나 많이 먹는 것 같아 고민되던 중, 적어도 몇 번은 좀 건강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실천하고 있는 식단이다.

사무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준비해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고르다 보니 선택한 조합인데, 재택을 하면서도 일주일에 4번은 꼭 먹고 있다. 같은 걸 여러 번 먹는데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큰 문제 없이 먹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함에도 계속 체중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거. 아무래도 활동량도 줄고, 부모님이 주시는 맛있는 것들을 계속 먹다 보니 고삐가 풀렸다. 얼굴도 좀 동그래진 거 같은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소주 삼분지 이 병

4시 30분쯤이었을까. 부엌에서 물을 뜨고 있는데 아버지가 저녁에 김치찌개나 부대찌개를 먹자고 말을 거신다. 집 앞에 아주 잘 하는 식당이 있는데 포장해와서 먹곤 했었다. 그러다가 이야기는 비가 많이 온다, 비 오는 날은 막걸리인데, 막걸리 대신에 찌개랑 소주 어떠냐 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버지가 찌개를 사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소주 1병을 사 오셨다. 태어나서 술을 직접 처음 사봤다며 멋쩍어하는 아버지. 그렇게 해서 저녁에 부대찌개를 먹으며 온 가족이 소주를 한 병 나눠마셨다. 심지어 다 마시지도 않았지만. 더 어릴 때는 초록병 소주를 도대체 왜 마시는지 이해가 안 되었었다. 지금도 그렇게 맛있다고는 생각 안 한다. 그러나 가끔씩 그 특유의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몇 달 만에 술을 마시는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동생은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먹는 거냐고 물어본다. 나는 그냥 술을 따라 마셨다. 어머니는 한잔 다 마셨다며 뿌듯해하신다. 그렇게 소주 삼분지 이 병을 우리 가족은 나눠마셨다.

설거지 거리

부엌에 물 뜨러 갔다가 깨달았다. 수북이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를 보고서, 어머니의 하루는 가족들보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난다는걸. 전업주부 생활을 계속 해온 어머니의 일상은 계속 그랬던 거다.

할머니 잘 모시기 위해서 인터넷 여기저기 찾아보고, 암 환자 카페도 가입해서 읽어보고 그러느라 요즘 훨씬 더 피곤하실 어머니. 그래도 가족들 먹는 거는 당신이 챙기셔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

자그마한 몸집에 힘도 세지 않은 분인데, 저러다가 병날까 봐 걱정이다. 늘 부족한 아들래미이지만, 마음만은 더 잘 해드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할 뿐. 부디 크게 아픈 곳 없이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시면 좋겠다.

나를 놀라게 한 생각

뉴스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을 깨달았을 때, 나 자신에게 많이 놀랐다. 어떻게 그런 불충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저녁 먹고 공원을 뱅뱅 돌면서 계속 고민해봤지만 답은 뻔하다.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