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후가 사는 세상

덕후 중에 상위권에 속하는 후배와 점심을 먹었다. 2~3년째 레고 ‘덕질’ 중인 이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마치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몇년 전부터 ‘덕후’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오타쿠’와 개념은 거의 같으나,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안경남 이미지는 아니다. 레고, 베어브릭 등의 덕후는 멋지고,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멋지게 보이려, 덕질을 흉내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덕후가 늘어난다는건,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1. 세상이 초연결사회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이전보다 같은 덕후끼리 쉽게 정보를 공유하고, 자주 뭉친다.

2. 사람들의 취향과 개성이 다양해졌음을 알려준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잣대를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

3.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알려준다. 실제로 레고 의 경우 수십만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점점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난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취향이 없다. 그렇기에 취미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그들이 부럽다. 노력을 통한 덕후는 되기 싫다. 언젠가 나도 덕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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