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띠동갑 남동생이 있다. 이는 스무 살을 훌쩍 넘은 동생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어린이 같은 느낌이다. 아기 시절 기저귀 갈아주고, 무등도 태워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그런가 보다.
동생은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그의 책장을 보면 불필요해 보이는 책과 학교 수업 프린트물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것들을 좀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동생은 요지부동이다.
어제는 공휴일이자 아파트 분리수거일이었다. 이번만큼은 지나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저께 동생에게 조금 강경하게 말했다. 내일 책장을 같이 정리하자고 말이다. 평소보다는 덜한 뚱한 표정에 됐다 싶었다.
정리정돈이 익숙하지 않을 동생에게 먼저 원칙을 제안했다. 지난 일 년 안에 읽지 않았거나, 앞으로 일 년 동안 읽지 않을 것들을 솎아내자고 했다.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여주면, 동생이 버려도 괜찮다, 아니 다를 말해줘야 하는데, 답변이 바로 나오지 않고 판단을 주저주저했다.
그러다가 점점 판단이 시원시원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버릴 것들이 큰 비닐 쇼핑백 두 개를 꽉꽉 채웠다. 가벼워진 책장을 보며 개운함도 좋았지만, 동생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고, 노트 필기는 어떻게 했었는지, 어떤 분야의 책은 더 관심 있어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정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끝이 보였다. 점점 올라오는 허기에 때마침 동생이 빙수 이야기를 꺼냈고, 빙수를 배달 주문했다. 의자에 널브러진 채 숨 돌리고 있을 때 도착한 빙수를 나눠먹자니 꿀맛이었다. 동생과 어떻게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게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좋은 누나시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