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었을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해 크게 욕을 먹은 적이 있다. ‘companion’이 아니라 ‘reject’의 개념으로 이해했었다. 동물을 거부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 애호가인 상대방이 더 목소리를 높인 건 당연지사. 설전 중 이상한 느낌을 받아, 의미를 물어보고 실수를 인정했지만 상대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번은 ‘육덕’이라는 단어를 적절치 못하게 사용한 적도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처음 단어를 보고는 ‘풍만’과 비슷한 어감을 가졌다고 이해했다. 여자들도 섞인 자리에서 ‘육덕’을 입에 올리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성적인 표현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전효성이 출연한 방송 영상을 보던 중 문득 떠올랐다. 인기가 급상승하던 시기, 일베 식으로 ‘민주화’ 단어를 사용해 인터넷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팬클럽 게시판에서 ‘민주화’ 단어를 쓴 글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썼다고 했다. 처음에 그 변명을 듣고, “어떻게 그걸 몰라” 생각했는데 내 경우를 떠올려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요즘 유난히 말할 기회가 많다. 정확하게는 유독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할 말이 많은가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는 길에 가끔씩은 괜한 말을 했나 싶기도 하다. 말을 아끼고 다듬어야겠다. 생각하는 바가 온전히 전달되도록 정제해야겠다. 아는 것만 말하고, 모르는 건 말하지 않아야겠다. 말조심, 또 말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