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열 걸음 남짓한 짧은 횡단보도가 있다. 출근길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횡단보도로 다가갈 때면 갈등에 빠지곤 한다. 바로 옆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어린이들과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양옆에 늠름히 서있는 어른들을 마주치기 때문이다.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단횡단도 불사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신호가 바뀌고, 깃발이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무단횡단을 한다는 건, 마치 미래의 주역이 될 이들에게 공공질서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외치는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민해봤다. 무단횡단은 옳은 것인지 아닌지 말이다. 먼저 무단횡단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횡단보도의 교통신호는 운전자와 보행자 두 집단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신호체계는 정해진 시간마다 보행자-운전자를 교대로 통과시킨다. 얼마나 많은 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지, 얼마나 많은 보행자가 오가는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기술이 발달해 똑똑한 신호체계를 만든다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호를 내려줄 것이다. 그러면 차가 한대도 다니지 않을 때도 빨간 보행자 신호를 내거나, 보행자가 하나도 없을 때 차를 계속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무단횡단은 궁극적으로는 신호체계가 해야 할 일을 사람이 판단해서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글을 읽고 무단횡단을 결심하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다. (과연 이 글을 읽는 어린이가 있을까마는…)
어린이들아, 아침에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보이는 삼촌이란다. 신호가 안 바뀌었는데 마구 건너가는 바로 그 삼촌. 어쩌면 이미 무법자 삼촌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수도 있겠구나. 삼촌을 따라서 건너려면 몸과 마음 모두 더 커져야한다. 그러니까 골고루 잘 먹고, 친구들하고 사이 좋게 지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려무나.
앗! 이런! ㅎㅎㅎ 체계적인생각을 봤나요~
저 글보고 미소짓고있어요ㆍ ㆍㆍ
이모생각도 비슷하단다 아이들아ㆍㆍ ㆍ
무단횡단에 대한 의견을 시작하기 앞서 무단횡단을 정의하고 시작한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대부분 그렇게 정의하지 않고 이야기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흩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의견을 잘 표현하시는 것 같네요 (^^) 기술이 발전하면 신호 체계도 조금은 달라지겠죠? 어린이들에게 써준 마지막 코멘트도 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