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맞춘다는 것

아무리 흔들어도 손목시계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걸 발견한건 몇일 전이었다. 평일에는 재택근무, 주말에는 약속 없이 집에만 계속 있다보니 시계를 찰 일이 없었다. 움직임을 줘야만 시간이 가는 시계였다. 조금만 흔들어주면 이내 초침이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시계가 고장나면 의례 들르던 종로 시계방에 들고 갔다. 태엽을 연결해주는 부분이 끊어졌다고 한다.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계방의 다른 사장님이 전화기를 붙들고 수리 중인 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걸 발견했다. 전화기에서는 띡띡띡 삐 하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렇다 아저씨는 시간을 알려주는 전화번호로 전화해 시간을 맞추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수리 중인 시계 초침이 정확한 간격으로 흐르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정확한 시간을 안다는게 쉽지 않았다. 휴대폰도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정각마다 보여주는 시계를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어긋나있는 시계를 붙잡고 정각 땡 할때 용두를 눌렀었다. 그러고서는 정확한 시계를 가졌다며 좋아했었다.

요즘은 시간 알기가 식은 죽 먹기만큼 쉽다. 어쩌면 너무 쉬워서 그 가치를 잊을 때도 있다. 시간을 맞춘다는 것, 정확한 시계를 갖는다는 것 그게 소중하다는걸 오늘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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