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미용실을 찾는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일단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만나기 쉽지 않다. “알아서 잘라주세요” 라고 말해도 알아서 마음에 드는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잘 없다. 믿음이 가는 선생님을 알게 되어도 문제는 남아있다. 어느 날 가보면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대체로 주된 활동 반경 내에 속한 미용실을 가기에 그 선생님이 내 영역이 아닌 곳으로 옮기면 다시 새로운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
친구가 소개해준 미용실에 다니던 작년 이맘 때 쯤 이었다. 옆머리를 눌러주는 다운 펌을 커트와 함께 저렴한 가격에 해주는 미용실이었다. 거기서 친구가 소개해준 선생님에게 몇 달 째 머리를 맡겼는데, 몇 번 가고나니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한창 머리를 자르던 중, 어쩌다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선생님이 물었다. 자기가 몇 살 같아 보이냐고 .
또래보다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익힌 처세술을 써먹을 때였다. 상대방의 나이를 짐작하여 이야기할 때는 약간 낮은 숫자를 부르는 게 좋다. 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일단 얼굴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나보다 누나라는 걸 확신했다. 일을 시작한지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말했던 적도 있으니 결론은 쉬웠다. 나보다 한 2살 정도는 많겠구나. 그러면 2살 정도 낮춰서 나랑 동갑 정도로 답하는 게 좋겠군. 진심을 담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30?”
표정이 이상하다. 활짝 웃으면서 그것보다는 많다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다. 슬그머니 불안감이 감돈다. 잠깐 머뭇거리더니 선생님이 대답한다. 그거보다 2살 어리다고. “아 그렇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요정도 뿐이었다. 알고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내 친구도, 심지어 미용실 보조 선생님도 선생님의 나이가 그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런 불의의 사건이 있었지만, 그 후에도 계속 선생님을 찾았다. 시간이 흘러 선생님은 승진했고, 오늘 그 미용실에서는 처음으로 펌을 했다. 펌을 하고 나면 어색하지 않을까 망설이는 나를 강하게 안심시키는 모습에 알아서 해달라고 부탁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머리를 세팅해주면서 잘 어울린다며 선생님은 환하게 웃었다. 정말 걱정 없이 그냥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외모와 실력을 맞바꾼 우리 선생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