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당신 뜸해졌어요. 기껏해야 이틀에 한번, 아니면 하루에 한 번? 이해는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날이 추워지고 건조해질수록 자주 만나기가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만날 때만이라도 다정하게 대해주면 참 좋겠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네요. 자꾸만 억세게, 거칠게 대하네요.

땀에 흠뻑 젖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자면, 점점 기운이 빠지는 걸 느낍니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한 기분이에요.

저는 걱정이에요. 단단하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 당신이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마음을 다시 잡아보려고 애를 써도 그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닌걸요.

자꾸 흐트러진 모습, 풀어진 모습 보여서 미안해요. 조금만 더 세심하게 다뤄줬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말해봐요 뭐하겠어요. 그게 내 운명인걸

여기까지 인가 봐요. 더 이상 방법이 없네요. 그래도 나 최선을 다했다는 건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샤워볼

 

좋은 녀석 만나기가 참 어렵구나 생각하며, 어김없이 풀어진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말이 들렸다. 샤워볼이 건네는 말이.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