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누구나 이것을 갖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가슴 속에 숨겨놓고 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술자리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몸속을 따뜻하게 휘감은 술이 용기를 불어넣는다. 저 깊은 곳에서 꿈틀꿈틀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올랑 말랑 나올랑 말랑. 말할까 말까 고민도 잠시, 술기운을 빌려서 남들 앞에 꺼내놓는다. 나의 개똥철학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나에게는 개똥철학이 몇 가지 있다. “개똥”이라는 단어에서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 흔히 개똥은 값어치가 낮거나, 쓸모가 없는 것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속담 중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가 아주 정확한 예시이다. 나에게는 삶의 금과옥조와 같은 신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들리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몇몇에게 들려주었을 때,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욕을 안 먹으면 다행이다. 그러다 간혹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어깨를 살짝 두드리기도 한다.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신이 난 채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해본다. 그러다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꽤 만날 수 있다.
시작부터 모든 사람의 지지와 환호를 받는 생각은 거의 없다. 소싯적 위인전집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법칙이 하나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을 하거나,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비난과 역경을 거쳤다. 심지어는 본인이 죽고 난 후에야 인정받은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개똥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개똥철학은 개똥벌레가 되었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내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알리지 않는다면, 개똥철학은 개똥철학에서 변하지 않는다. 말하자, 적자, 그리자, 널리 알리자. 그러다보면 이 넓은 세상에서 나와 공명할 적어도 하나의 사람은 찾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