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까먹는 시간은 가장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아쉬운 시간이다. 곱게 껍질을 벗겨내고, 새콤 상콤한 속살을 입에 넣는 느낌은 행복 그 자체이다. 참고로 귤을 적당히 때리면 더 달아진다. 호기심 천국에 나왔다. 반면에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해지는 탓에 책이나 신문을 읽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도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오늘도 역시나 아쉬움을 느끼려던 찰나, 짧은 동영상이나 하나 틀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틀어놓은 TED 영상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대학교 4학년 때, 그러니까 바야흐로 7년 전(아아 세월이란!) 당시에 TED는 최첨단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물도 아니고 세물 정도 간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른 영상은 ‘100일간의 거절에서 내가 배운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곧 내 나이 또래의 중국계 남자가 나와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내 영상에 빠져들었다.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초롱초롱 쳐다보기도 하면서 어느새 마지막 귤과 함께 영상도 끝났다.
발표자 지아 쟝은 여섯 살 때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이 서른이 된 자신을 구속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이를 깨부수려고 한다. 그러면서 100일 동안 무모하다시피 한 행동을 하며 무수히 많은 거절을 경험해보기로 한다. 처음에는 거절당하는 상황 자체가 불편해 도망쳤지만, 점점 거절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어떤 때는 거절을 승낙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사람들은 예상한 것보다 더 그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큰 웃음을 주었던 건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서 올림픽 오륜기 모양 도넛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에피소드였다. 스스로도 어처구니없는 요청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성심성의껏 만들어진 오륜기 모양 도넛을 얻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자꾸만 잊어버리는 진리가 다시 떠올랐다. TED 영상 꼭 한번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