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처럼 말하기

대통령처럼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몇천만 명의 지지와 후원을 받으려면 보통 말솜씨로는 어림도 없다.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이 있는 걸 보면 글쓰기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말을 더 많이 하는 대통령에게 말솜씨는 필수이다.

요즘 내가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자면 대통령이 따로 없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처럼 말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말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던 문장이 갑자기 새 생명을 얻어 더 길어진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도 없다. 마치 탱고를 추는 남녀의 발처럼 서로 마주치는 법이 없다.

이렇게 대통령처럼 말하게 된 계기는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얼마 전 옮긴 회사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내용을 잘 모르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일이 생긴다. 모르는데 아는 척해야 하는 상황. 딱히 전달해야 할 생각을 모르겠지만, 일단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다 보니, 온갖 힘을 짜내서 말을 이어나간다. 주어와 술어의 관계도 잊은 채.

회사 일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도 덩달아 대통령처럼 말한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해결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도 미국 대통령처럼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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