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며칠 앞둔 지난주 가까스로 이틀 휴가를 냈다. 한주를 통째로 쉬려는 계획은 아쉽게 접어야 했지만, 12월 마지막 이틀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어디 여행 가기에는 시간이 짧았던지라, 그 의식을 반복하기로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바로 그 의식 말이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점심 먹고 카페 가서 생각을 노트에 흐트러놓고, 다시 나와서 마저 걸었다. 물론 이렇게 걷는다고 엉킨 생각이 전부 깔끔하게 풀리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오롯이 생각에 파묻혀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개운함이 온몸을 감싼다. 그래서 나는 답답할 때면 한강을 간다.
이번에 주로 생각한 내용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비슷한 나이이지만 더 깊이 생각할 줄 알고, 더 나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방법으로 독서노트를 쓰기로 결심했다.
한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있지만, 정작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내 관점과 비교해보거나 소화시키려는 노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좋은 내용이더라도 삶에 적용하거나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던 중 독서노트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새해 처음 읽은 책을 갖고 독서노트를 시작해보았다. 뭐든 하려고 하면 장비부터 구비하는 나답게 이것저것 구입했다. 책에 밑줄 긋지 않고도 인상 깊은 문장을 표시하기 위해서 포스트잇 분류용 필름을 샀고, 이를 책과 함께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자석 책갈피도 주문했다. 또한 윗글에서 추천해준 것처럼 A5 노트와 삼색 볼펜도 마련했다.
그렇게 해서 독서노트를 실제로 해보니 이전 독서와 확실히 달랐다. 문장을 표시하고 그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다 보니 독서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표시한 문장 중 옮겨 적을 문장을 추리기 위해 한 번씩 다시 읽다 보니 책을 두 번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문장을 옮겨적고 생각을 덧붙이면서 나만의 관점으로 한번 더 소화하게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예전보다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하고, 포스트잇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책을 펼 때 부담감이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득이 더 많은 거 같아서 꾸준히 5권 정도 해볼 생각이다. 독서노트로 인해 달라질 2020년을 기대해본다. 아직 새해 초반이니 새해 뽕 좀 받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