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습도계를 구입했다. 코로나 이후 평일은 재택근무, 주말은 약속 없이 집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쾌적하게 방을 관리하고 싶었다. 게다가 여름이 다가오면서 습도가 높은 것 같은 느낌에 축 쳐지고 기분마저 안 좋은 날이 늘어났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습도계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서 보니 그럴싸하게 생겼다. 온도와 습도를 표시해주고, 습도가 적정 수준인지 표정 이모티콘으로 표시해주는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아래쪽에 적혀있는 영어 글자가 주문 직전까지 마음에 걸렸지만,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은 1.5배 정도 더 비쌌다. 굳이 그렇게까지 투자해야겠냐는 생각에 고른 게 이 제품이다.
처음 며칠은 수시로 습도계를 살펴보며 숫자를 살폈다. 이 습도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걸 알아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높은 습도로 찌뿌둥하던 어느 날 에어컨 제습 기능을 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이 굉장히 뽀송뽀송해졌다. 하지만 습도계의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가더니 99%를 가리키고 있었다. 99%의 습도라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기는 한 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부모님이 최근에 구입한 다른 습도계를 방으로 가져왔다. 나란히 놓고 보니 두 개의 숫자는 확연히 달랐다. 찾아보니 습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문제의 습도계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향할 예정이다. 정확하지 않은 측정은 오히려 혼란을 더한다. 그리고 그 정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피부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