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더 나아가서 일이라는 게 내게 매우 큰 의미이다. 부지런히 자기 계발하려고 애쓴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는 걸 보면 욕심 있는 게 확실하다. 최근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커리어가 어쩌다 큰 의미로 자리 잡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가지 이유로 귀결되지는 않을 거다. 그중에서 머리를 스친 건 이성관계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겉모습으로는 괜찮다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많고, 호감도 많이 산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이성과는 유독 연결되지 않았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고질적인 센스 부족, 혹은 어느 정도 가까워지기 전까지 영역을 그어놓고 사람을 대하는 성향. 복합적이겠지.
그러다 보니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보다, 열심히 노력하면 잡을 수 있을 거라 여겨지는 커리어에 더 집착하게 된 거 같다. 그리고 거대한 물결 속에서는 그 집착이 굉장히 미약한 동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느끼면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가장 힘을 쏟았던 것에서 오는 무기력함이라 그런지 타격이 상당하다.
머리를 스친 또 다른 고민은 주변 사람을 너무 도구처럼 대하는 건가라는 고민이다. 내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친해지면 좋을 사람, 아닌 사람으로 구분한다. 그 기준과 잣대는 대체적으로 속물적인 것이다. 예전에도 그런 기준과 잣대를 들이댔었는지 혼란스럽지만, 요즘 더욱 혼란스럽다.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말고, 꿇을지언정 무너지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