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계단 이용기

지난주부터 출근길이 새로워졌다. 사무실이 있는 18층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결심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엘리베이터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지한 이야기이다. 멍청하기 그지없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이 건물 밖으로 주욱 이어질 정도니까 말이다. 참고로 나는 “헬베”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어차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쏟아야 한다면, 그냥 걸어 올라가는 게 운동도 되고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발단이었다. 게다가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몸서리치게 느끼고 있었기에 나쁠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처음 계단을 이용한 날의 계획은 더 창대했다. 머리 속으로 그날 할 일을 정리하면서 올라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한층 한층 올라갈수록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가까스로 자리에 도착한 후에도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첫날 기록은 5분 30초였다.

계단으로 출근하기를 하루 더 할 때마다 몰아쉬는 숨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창피할 정도로 헉헉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조금씩 기록도 단축하고 있다.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뭐라도 꾸준히 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지나 보다. 이제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이러다 18층까지 1분 만에 주파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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