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휴가

졸업 후 일하기 시작한 이래 내게 휴가는 ‘해외여행’과 같은 의미였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이야기처럼 전역하고 혼자 보낸 유럽에서의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휴가 계획을 세울 때면 이번에는 어느 나라를 갔다 올지 고민했다. 시킨 사람도 없지만 열심히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 비행기를 타고 그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시간. 그래야만 진정한 휴가라고 생각했었다.
내일부터 화요일까지 보내는 휴가 기간은 조금 다르게 보내려고 한다. 한적한 곳에 가서 정말 쉬다가 오리라 마음먹었다. 눈만 감으면 업무 생각으로 머리가 뒤죽박죽 되고, 회사 사람들이 얼굴이 안 좋다며 휴가 안 갈 거냐 물어보는 상황에서 어떻게라도 한 박자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게도 늘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단어, ‘힐링’을 포함해 후보지를 물색한 끝에 강원도 평창에 한적한 집을 하나 발견했다.

가서 무엇을 할지 딱히 정한 건 없다. 집 안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근처를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거나 그럴 거 같다. 한 가지 마음을 굳힌 건 휴대폰은 저녁때까지 꺼놓고 지내야겠다는 거다. 이메일 알림도 모두 꺼놓고 말이다. 아직은 의심에 가득 차 있다. 출발 하루 전인 지금도 괜히 강원도까지 가서 돈 버리는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휴가라는 게 문자 그대로 쉬는 게 목적이라면 적절한 해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나는 내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휴가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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