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불면증

어김없이 돌아왔다. 이제는 반쯤 포기 상태이다. 온갖 수를 써봤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유난히 길 것만 같은 밤이다.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고, 해가 빨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마침표를 찍음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서는 이 밤은 유난히 길다.

잠자리에 들어도 잠이 오질 않는다. 마땅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일이 몇 번 계속 되다보니 잠자리를 준비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잠이 안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은 다르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눕는다. 어김없이 잠이 안 온다. 자야지 자야지 마음 속으로 되내인다.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진다. 희한한 일이다.

잠 못 이룰 것이 확실한 일요일 밤. 너와 마주하고 있다. 오늘만큼은 나를 편하게 놓아준다면 고맙겠다. 헛된 기대와 함께 악수를 청한다. 잡은 손의 느낌이 그리 썩 좋지는 않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이 밤.

잠 못 이루는 일요일 밤의 좋은 점이 있다. 한 주를 알차게 보내겠다는 다짐이 무너져도 변명거리가 생긴다는 점. 일요일 밤에 일찍 못 자서, 월요일부터 단추를 잘 못 꿰었다는 핑계. 어쩌면 그럴싸한 핑계를 미리 만들어 놓기 위해 내 몸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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