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잘 찢어지지 않는다. 찢어진 청바지가 패션 아이템을 인식되는 것 자체가 희소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광부 등 노동자가 즐겨 입었다는 탄생설화에서부터 뿌리 깊은 강인함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청바지를 찢어본 사람이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찢어봤다. 4년 전 여행 갔던 몽골에서 말을 타고 초원과 언덕을 신나게 달린 적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일행 말고는 사람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곳에서, 2시간 동안 신나게 내달렸다. 나중에 허벅지 안쪽이 너무나 쓰라려 보니,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검게 짓무른 살이 보였다. 위아래 움직임이 좀 많이 강했었나 보다.
두 번째는 바로 오늘 사무실이었다. 잠실로 이사한 사무실로 출근하는 첫날, 짐을 정리하고 덥고 답답한 공기를 못 견뎌하던 누군가가 창문을 열어놨다. 20층 건물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시렸다. 창문을 조금 닫으려면 위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했다. 책상을 밟고 올라가 원하는 만큼 버튼을 누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리를 내디뎠다. ‘부욱’하는 소리가 났다. 허벅지 안쪽 살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새색시처럼 조신하게 몸을 움직였다. 입고 있던 잠바를 허리춤에 둘러 흡사 듀스 뺨치는 패셔니스타로 돌아다녔다. 청바지는 찢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는. 대부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