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런저런

#1 어떤 10년

지난 10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입었다. 특히 더운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같이 입었다. 의자 뒤에는 방상내피, 전문용어로 깔깔이가 항상 걸려있다. 지퍼 부분이 뜯어진 게 재작년이던가. 날이 가면 갈수록 뜯어짐이 심해졌다. 동네 수선집에 들고 갔더니, 할아버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천 원을 내니 새것처럼 고쳐주셨다. 앞으로 10년도 끄떡없을 만큼 탄탄한 바느질이다. 지퍼 올리는 느낌이 부드럽고 좋다.

#2 다른 10년

지난 10년간 잠들어 있었다. 중학생 때 얻은 인생 세 번째 전자시계가 책상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군 시절까지 손목을 꿰찼었는데 세월 무상이다. 수영장에서 사용할 초시계를 찾다가 퍼뜩 책상 속에 있을 녀석이 생각났다. 동네 시계방 아저씨에게 설명하니 자신 없는 표정이다. 새 배터리를 넣어도 열에 하나 살아날까 말까 하다고 말씀하신다. 이 녀석은 열에 하나인 녀석이었다. 날짜와 시간을 맞출 때, 뾱뾱 소리가 그대로이다.

#3 지난 10년

지난 10년간 계속 변해왔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에 변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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