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을 뽑으라면 나는 지하철을 뽑을 거다. 도착시간을 어느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좋다. 서울 서쪽에 사는 나로서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서는 버스, 택시, 자가용을 이용했을 때 도착 시간을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을 사랑한다.
하지만 어제 탄 2호선은 정말 역대급이었다. 그 칸에 큰 소리로 전화하는 사람이 무려 세명이 있었다. 한 명은 통화 상대방에게 쌍욕을 퍼붓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화 속 건너편 남자 친구에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통화하면서 가만히 서있지도 않고, 계속 돌아다녔다.
승객이 꽤 많았던 시간대에 운 좋게 자리에 앉았음에도 심각하게 다른 칸으로 옮길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한 명 한 명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중간쯤 되자 세명 다 내리면서 지하철에 평화가 찾아왔다. 도대체 지하철에서 큰 소리롤 통화하는 사람의 정신상태는 무엇일지 혼자 씩씩 거리면서 고민하다가, 문득 3년 전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이전 회사 동료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 들은 바로 그날이었다. 이 소식을 그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후배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회식에서 술을 몇잔 걸친 나는 급한 마음에 지하철에서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던 그때, 나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끄러운 것은 내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왜인지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대급 지하철을 겪고 나니 다시 한번 그때 내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3년 전 어느 날, 영등포구청역 방향으로 가는 2호선을 타고 계셨던 승객 분들, 일일이 찾아뵐 수가 없기에, 이 글로 심각한 사과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때는 모자랐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목소리 엄청 큽니다. ^^&
저도 앞으로 공공장소에서 좀 더 조신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먼 과거의 나까지 돌아볼 줄 아는 분이시라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작은 사건을 통해서라도 과거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