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휴가 사용기

구정 연휴에 이어서 4일 휴가를 즐겼다. 원래 계획은 즐기는 휴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남은 사랑니 쪽에서 기분 나쁜 통증을 느낀 지가 몇 주째. 참고 참아왔던 이 녀석을 이제는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냈다. 이번 사랑니는 보통이 아닐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휴가 첫날 만나본 치과의사 선생님은 내 계획을 무너뜨렸다. 신경과 붙어있는지라 뽑았을 때 신경손상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렸다. 당신이 10년에 한 번 정도 말리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그래야겠다면서 말이다. 4일 동안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가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그렸었는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그래서 특별히 누구를 만나기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연초에 정년 퇴임하신 아버지와 나, 어머니 이렇게 셋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올해 초 공익근무를 시작한 동생이 집에 돌아온다. 이렇게 4일을 주욱 보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 휴가였지만, 역대급으로 손꼽을만큼 좋은 휴가이기도 했다. 먼저 이번 분기에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게 참 좋았다. 백미는 어제 저녁 삼겹살에 와인을 곁들이며 나눴던 대화였다. 취기가 오르다보니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갔다. 역시 술의 힘이란!

비록 사랑니는 뽑지 못했지만, 정말 소중했던 휴가였다. 내일부터 다시 힘내서 일해보자.

One thought on “4일 휴가 사용기

  1. 행복한 세세

    4일 휴가가 참 보람찬 휴가이셨군요 사랑니는 뽑지 못하셨지만 가족사랑은 지키셨습니다.잊지 못할휴가 보내셨군요 ^^&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