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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팬 치고 어떤 팀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사실 특별한 게 없다. 부모님이 응원하는 팀이라서, 집이 경기장과 가까워서, 좋아하는 선수가 그 팀이었어서, 팀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대부분 이런 이유들에서 끝난다.

내가 영국 축구팀인 아스널을 응원하게 된 이유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의 잔상이 가시지 않은 그때, 축구 게임을 시작했었다. 영국 10대 이혼 사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높은 중독성의 악마의 게임. 어느 팀을 고를까 하다가 아스널을 골랐다. 그 당시에 가장 잘 하던 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이후 아스널은 계속 쇠락의 길을 걷는다. 새로운 경기장을 짓느라 쪼들리는 세간 살림을 꾸리고, 떠나겠다는 선수들을 붙잡지 못한다.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마저 떠난 그 팀은 불안요소만 많은 중위권 팀이 되었다.

앞서 쇠락의 길을 걸으며 조롱거리가 되었던 리버풀이 이번 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부럽고, 착잡하고, 한편으로는 희망도 본다.꾹 참고 기다리면 리버풀이 반등한 것처럼 아스널도 다시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쉽지 않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팬이라는 게 무엇인가. 힘들 때도 응원하는 게 팬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친다.

Come On You Goo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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