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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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되새김질해보면 무언가를 기다리는 경우가 참 많다.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린다.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회사에서는 잔뜩 긴장한 채로 상사의 의견을 기다린다. 고된 일과 속에서는 퇴근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불안을 안겨준다. 기다림의 대상이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아가서는 점점 불안해지고 신경쓰인다. 불안해지다보면 어떤 다른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특히 속절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갈갈이 찢어진다. 어릴 때 망부석 이야기는 한번씩 다 듣지 않았던가.

반면에 기다림의 대상과 가까워지면 설렌다. 관찰한바로는 직장인은 금요일에 가장 관대하다. 조금만 지나면 주말이니까 모든게 아름다워 보인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실제로 그 대상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불금이라며 술잔을 기울이며 주말과의 만남을 기념하고 축하한다.

그래서일까. 기다림이 하나의 심리 전술로 사용되기도 한다. 연애에서 관심있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답장 천천히 하기, 약속 장소에 일부러 늦기 등을 꼽는 경우가 있다. 주변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효과가 쏠쏠한가보다. 그러나 과하지 않게 적절히 사용해야한다. 왜 그런 노래도 있었다. 기다리다가 지친다. 지치게 만들면 안된다.

성공의 요소 중 하나로 기다림이 꼽히기도 한다. 삼국지의 유비는 세번째 찾아간 초막에서 기다린 끝에 제갈공명을 얻어 천하의 삼분의 일을 차지했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을 남긴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전국 시대를 종식시키며 일본을 재패했다. 들뜨지도 초조해하지도 않고, 좋은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기다림의 중요성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오늘도 기다림으로 가득했던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다. 어머니께서 늦은 저녁 밥을 차려주신다. 한술 두술 밥을 먹으며 편안해진다. 그러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 내내 기다렸던 그 분과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때 벨소리가 울린다. 딩동.

드디어 왔다. 택배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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