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라이타가 무섭지 않다

불을 붙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늘 두려웠다. 불이 무섭다기보다는 라이터나 성냥을 사용하는 게 싫었다. 특히 라이터로 불을 붙일 때면 엄지 손가락이 늘 뜨거웠다. 하루에도 수차례 라이터를 사용하면서도 “앗 뜨거워”를 내지르는 법이 없는 흡연자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번 설날에 향을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사용해야만 했다. 엄지손가락 끝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을 참아내며 향에 불을 붙이고 투덜댔다. 매번 불길이 손에 닿는다고. 듣고 있던 사촌동생이 말했다. 라이터 위아래를 반대로 잡으라고.

그랬다. 나는 불길이 솟구치는 방향에 엄지손가락이 위치한 채 라이터를 써왔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잡는지를 관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습관처럼 잘못된 방식을 썼던 것이다.

방금 전 향초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찾았다. 이번에는 라이터의 위아래를 반대로 잡았다. 성공. 그동안 주인을 잘 못 만난 엄지손가락이 이번엔 무사했다. 32년 만에 라이터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