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 한번 굴러보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으리라 생각한다. 되돌아봤을 때 만족감과 행복함에 가득 찬 인생일지언정 똥밭에 대한 기억 하나 없다면, 그건 억수로 운이 좋거나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똥밭에 대한 암시일 거다. 똥밭을 똥밭이라 눈치채고 발을 디디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에 뭐가 씌거나, 혹은 후각이 마비되어 금밭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안간힘을 써서 혹은 천재일우로 똥밭에서 벗어나면 다시 한번 명료하게 알 수 있다. 지독하다고 생각했던 냄새가 다시 보니 더 지독한 녀석이었음을. 한번 똥밭에서 구르면 나중에 비슷한 냄새가 났을 때 조금은 사리분별을 잘할 수 있다. 적어도 한 숟갈 퍼먹는 일은 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 혼자 구르기보다는 옆에 같이 굴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탈출 후 그 사람과 마주 앉아 그게 얼마나 똥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시 한번 명료해진다. 아찔한 기억과 코를 찔렀던 악취가 이제는 웃기기만 하다. 제아무리 똥밭에서 구를지언정 추억은 남는다. 제아무리 똥밭일지언정 사람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