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보단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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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라는 앱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영화에 대한 평가결과를 토대로 알맞은 영화를 추천해주거나 얼마나 좋아할지를 알려준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라 그간 어떤 영화를 봤었는지 기록하는 용도와 새로 나온 영화를 선택할 때 정보를 얻거나 추천을 받으려는 목적에 즐겨 써왔다. 그리고 앱이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어서, 업무를 하면서도 여러모로 자주 살펴보던 앱이었다.

그런 왓챠가 지난 주 나의 큰 화두였다. “왓챠 3.0″이라는 기치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사용자들의 맹비난과 마주한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평가는 그나마 점잖지만,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평가는 말 그대로 살벌하다. 만약 내가 앱 담당자였더라면, 악평이 무서워서 앱 스토어에 들어가지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왓챠를 만든 회사에 아는 사람은 없지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왓챠는 어떻게 해서 사용자의 마음을 잃은 것일까.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늦게 퇴근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목표 일자가 다가올 수록 걱정과 불안도 컸겠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을 거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을 빨리 보여줘야지 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 모두가 합심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욕만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사용자가 생각하는 왓챠의 핵심과 왓챠에서 정의한 핵심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큰 비난을 사고 있는 요소는 드라마와 책에 대한 평가/추천 시스템 도입이다. “영화”라는 서비스 핵심 속성이 흔들리면서 산만해졌다는 의견이 비판의 주를 이룬다. 왓챠에서는 스스로의 핵심을 “평가와 추천”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에 영화인지 드라마 혹은 책인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왓챠에서 스스로를 정의한 “평가와 추천”이라는 핵심 대신 ,사용자들이 느끼는 “영화”라는 핵심에 좀 더 신경 썼어야했다.

사실 이유 없는 결정은 거의 없다. 남이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 안 되고, 한심하다 생각되는 내용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처음에는 왓챠에서도 스스로의 핵심을 “영화”로 정의했었지만, 더이상 영화 시간표/예매 시스템을 제공할 수 없게 된 상황 속에서 사업적인 고민 때문에 다른 영역으로의 서비스 확대라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잘 하는게 중요하다. 열심히 준비해서 만들어낸 변화에 무조건 박수를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잘 만들어진 변화에 환호성을 지르는 대다수의 사람이 있을 뿐. 왓챠 팀이 마음 잘 추스리고, 다시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왓챠를 비판하기위해 이 글을 쓴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전 왓챠의 팬이고,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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