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살만큼 살아서 커다란 미련도 남지 않은 나이가 아니라, 지금 서른 중반 나이에 죽는 건 더 무섭고 두렵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떠나는 게 억울하다. 그리고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것만 같아 너무 싫다.
어제는 임종체험을 했다. 죽는다고 가정하고 영정 사진도 찍고, 유언장을 써보고, 수의를 입고 직접 관에 들어가서 5분 정도 시간을 지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인기가 아주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부모님께 이런 게 있다, 한번 해보시라 권유했더니 너는 참 특이한 사람이라는 반응이 오는 걸로 봐서는 말이다.
유언장을 쓰던 중이었다. 내가 세상에 남긴 흔적들이 죽고 나면 빨리 사라지겠다는 느낌이 내내 맴돌았다. 군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단절된 군대 안에 들어와 지내는데, 바깥세상이 나 없이도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걸 지켜보면서 많이 서글펐었다.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는 것만 같았다.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죽은 자들이 사후세계에서 살기 위해서는 이승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어야만 했다. 잊혀진 자들은 결국 사후세계에서마저도 죽고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가능한 한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프로그램 초반 강연에서 본 영상에는 의사의 인터뷰가 나왔다. 죽는 사람과 그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의 모습을 수도 없이 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유언장을 쓰고 관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나는 어제 가상으로 한번 죽었다. 현실의 삶에 내 흔적을 많이 남기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코코영화 생각나요!
의미있는 시간 이었을 것 같아요
삶을 되돌아 보게되면서도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길것 같습니다
아.. 유언장을 써보는 프로그램은 많이 보기도 했고 참여도 해봤는데, 이렇게 직접 관에까지 들어가보는 임종체험도 있군요? 정말 가상이지만 더 죽음이 생생히 느껴질 것 같아요.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면 삶의 소중함도 금새 잊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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