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쯤 전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니 맞은편 자리의 동료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넨다. 어젯밤 그녀의 꿈에 내가 ‘또’ 나타났었다고. 또 라고 강조한건, 한 주 전에도 꿈에 나타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주변 사람이 등장하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달아 등장하는 경우는 또 드물어서 호기심이 일었다. 그녀에게 물었다. 어떤 꿈이었냐고.
동료가 전해준 꿈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었다. 길을 가던 중에 나와 마주쳤다고 한다. 나는 어떤 여자와 데이트 중 이었다. 데이트녀는 굉장한 몸매의 소유자란다. 어허. 심지어 데이트녀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지만, 나는 동료에게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호라. 흥미로웠다.
꿈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꿈에서 내가 동료에게 9월 중에 중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중대한 발표라고? ‘중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라면 요즘 시기에는 몇 가지 선택지 안에서 후보를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해당되는 게 없었다.
우리는 곧 합의에 이르렀다. 어젯밤 동료의 꿈이 개꿈이라는 사실에 합의했다. 아쉬웠다. 내가 주연 배우를 맡았던 동료의 꿈이 개꿈이라는 게. 가능하면 작품성 높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게 배우들의 욕심이 아닐까. 하지만 어젯밤 꿈은 영화 “클레멘타인”에 버금가는 작품성을 지닌 영화였다.
어느덧 그녀의 꿈이 점찍어둔 9월이 코앞이다. 꿈의 내용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9월은 좀 특별한 시기일거라는 느낌이 온다. 아니 특별해야한다. 가을 밤의 망작이 아닌,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대한 발표의 후보 선택지는 이번에도 등장하지 않지만, 시간이 흘러 돌이켜봤을 때 2015년 9월이 중대한 시기로 남길 바란다.
나의 9월은 “인사이드 아웃” 일까 혹은 “클레멘타인”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