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덜 깬 눈으로 베란다 쪽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봤기 때문이다. 벌써 벚꽃의 시기가 왔나 의아한 마음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딱 한그루에만 벚꽃이 피어있었다. 아침과 저녁까지 변화무쌍함에 사람도 혼란스러운 게 요즘 날씨인데, 너도 낚였구나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오후가 되자 슬몃 그 벚꽃나무가 걱정되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기도 전에 지고 말까 봐 염려되었다. 풍성한 꽃이 자리 잡았을 때도 물론 아름답지만, 꽃바람 광경 또한 빠지지 않는다. 다 떨어지고 드러난 가지의 앙상함은 마음 아프지만 말이다.
어둑어둑한 저녁. 베란다 창문을 열고 살펴보니 그림자처럼 까만 나무에는 꽃잎의 형체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오늘 피어나자마자 물세례를 맞으면 벚꽃도 기분은 좋지 않을 거다. 시원하고 기운찬 빗소리가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벚꽃을 혼란스럽게 만들겠다. 혼자 먼저 피어났지만, 이웃 형제들도 어울릴 수 있을 때까지 힘을 내길.